• 최종편집 2026-03-10(화)
 
  • ‘2025 인간관계인식조사’, 친밀한 지인 수 역대 최저 4.1명, 그러나 관계 만족도는 최고치 경향
  • 30대 ‘관계 다이어트’ 집중 vs 70대 ‘사회적 연결’ 갈구하며 세대별 차이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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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인간관계 지형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과거의 인맥 관리가 ‘다다익선(多多益善)’의 논리에 따라 인맥의 넓이를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면, 2026년을 앞둔 현재의 트렌드는 ‘관계의 효율화’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무분별한 인간관계 확장보다는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소수의 핵심 관계에 쏟아붓는 이른바 ‘관계 가성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인 수’ 줄었는데 ‘행복지수’는 올랐다... 역설적 지표의 의미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25 인간관계인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우리 국민이 인지하는 ‘평소 친밀한 지인 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22년 평균 6.4명이었던 지인 수는 2023년과 2024년을 거쳐 2025년 현재 4.1명으로 집계되며 조사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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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지점은 관계의 양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 만족도’는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이다. 2025년 관계 만족도는 6.4점(10점 만점 기준)으로 2022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인들이 불필요한 인맥을 걷어내고 내실 있는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정서적 포만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의 만족도가 7.0점으로 가장 높았고, 18~29세 청년층이 6.7점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가장 젊은 세대와 가장 고령 세대가 전년 대비 만족도 상승폭(각 0.5점)이 가장 컸다는 점은, 두 세대가 각자의 방식대로 관계의 질을 높이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다수보다 소수, 다양성보다 동질성”... 유유상종형 관계 선호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89%는 ‘다수와 얕은 관계’보다 ‘소수와 깊은 관계’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37%)과 2030 청년세대(20대 46%, 30대 40%)에서 이러한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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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대상에 있어서도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을 선호하는 비율이 72%에 달했다. 이러한 ‘유유상종형’ 선호 현상은 남성(63%)보다 여성(80%)에서, 그리고 60대 이상 고령층(80~82%)에서 압도적이었다. 이는 사회적 경험이 쌓일수록 성격이나 가치관의 ‘다름’에서 오는 갈등과 에너지 소모를 피하고, 공감대 형성이 쉬운 안정적인 관계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데이터는 교회 소그룹이나 커뮤니티 활동 전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성원 간의 다양성을 강요하기보다는 관심사나 연령대가 비슷한 이들을 그룹화하여 초기 정착의 문턱을 낮추고 공감대를 극대화하는 편성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관계에도 도입된 ‘가성비’ 논리... 75%가 “부담되는 인맥 정리했다”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피로감이 임계점에 달하면서, 이제는 관계 맺기에도 ‘효율성’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응답자의 58%는 한정된 시간과 감정을 고려해 인간관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관계 가성비’ 중심의 태도를 보였다. 65%는 의미 없는 상대에게 들이는 ‘감정노동’에 고통을 느낀다고 답했다.

   

실제로 국민 4명 중 3명(75%)은 부담스러운 인간관계를 직접 정리한 경험이 있었다. 정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정서적 피로감(46%)’이었다. 만남 후에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거나 에너지가 방전되는 관계라면 과감히 단절을 택하는 ‘관계 다이어트’가 보편화된 것이다. 덕분에 2023년 58%에 달했던 인간관계 피로감 경험률은 2025년 48%로 떨어지며 조사 이래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세대별 온도 차... ‘축소’에 힘주는 30대 vs ‘확장’ 열망하는 70대

인간관계를 대하는 태도는 세대별로 확연히 달랐다. 30대는 관계 확장에 가장 소극적(34%)인 반면, 관계 축소 및 정리에는 가장 적극적(51%)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직장 내 경쟁, 육아, 경제적 자립 등으로 인해 에너지 소모가 극심한 30대가 새로운 관계를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반면 70세 이상 고령층은 관계 유지(92%)와 확장(54%) 모두에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의지를 보였다. 이는 노년기 고립과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연결에 대한 강한 욕구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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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만남에 대한 열망은 전 세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국민 86%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친구 맺기를 선호했으며, 특히 2030 세대에서 오프라인을 ‘매우 선호’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 대면 접촉을 통한 실질적 정서 교감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었다.

 

스트레스 1위는 ‘불통’... 지인 많으면 ‘감정 기복’, 적으면 ‘소외감’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숙제다. 국민 63%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주된 발원지는 ‘일터(직장 동료 66%, 상사 65%)’였다. 특히 3040 세대는 직장 내 갈등, 20대는 친구 관계, 40대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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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유발의 핵심 요인은 ‘대화와 소통의 부재(54%)’였다. 이어 ‘반복되는 갈등(47%)’, ‘상대방의 감정 기복(37%)’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지인 수에 따라 스트레스의 종류가 달랐다는 점이다. 지인이 10명 이상인 응답자는 ‘상대방의 감정 기복’으로 힘들어한 반면, 지인이 전혀 없는 응답자는 ‘소외감과 거리감’을 주된 고통으로 꼽았다. 결국 너무 넓지도, 너무 좁지도 않은 ‘적정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대인의 심리 방역에 핵심 과제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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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7. 부담되는 인간관계.jpg

 

 

 

이번 조사를 진행한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인간관계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심화’로 옮겨가고 있다”며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고 자신과 결이 맞는 사람들과 깊게 교류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 건강을 위한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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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얕은 인맥은 옛말”... 대한민국, ‘관계 가성비’와 ‘소수 정예’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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