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철 목사, 신간 『AI 시대, 자녀 진로 어떻게 할까?』 출간... "AI 이용하는 2~10%가 되려면 인간다움·공동체성 회복이 핵심"
『AI 시대, 자녀 진로 어떻게 할까?』(기독교포털뉴스)라는 책을 낸 조성철 목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공지능(AI)이 일상 깊숙이 파고드는 시대, 자녀의 진로를 걱정하는 부모들의 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아이에게 어떤 공부를 시켜야 하는지, 어떤 직업이 미래에도 살아남을지, 10년 후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이 물음 앞에서 부모들은 속수무책이다. 그런데 최근 출간된 한 책은 그 불안에 대해 전혀 다른 방향의 답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조성철 목사(한우리기독학교 설립자·대전 한사랑감리교회 담임)가 펴낸 『AI 시대, 자녀 진로 어떻게 할까?』(기독교포털뉴스)가 그것이다. 이 책은 AI 활용 기술서가 아니다. 대신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의 '정서적 토대'와 부모의 역할을 정면으로 다룬다.
"진로는 성적표가 아니라 부모의 눈빛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교회 공동체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 조성철 목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게임 과학고 사감에서 AI 교육 전문가로
조성철 목사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미국 HIS 유니버시티에서 가정사역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첫발을 디딘 곳은 목회 현장이 아니라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였다. 2012년부터 7년간 사감으로 일하며 게임에 빠진 300여 명의 청소년들과 먹고 자고 생활했다.
"처음에는 체육 선생님들이 사감을 맡다 보니 군대 문화가 형성됐던 학교였어요. 사랑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목사님을 찾던 중에 저를 뽑았습니다. 저는 솔직히 갈 데가 없어서 갔어요(웃음). 하지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고, 아이들과 진심으로 호흡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현장에서 그는 AI와 미래 사회를 처음 직면하게 됐다. 과학 분야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미래 기술과 씨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 목사는 스스로 AI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2015년 대안학교 '하누리 기독학교'를 설립하면서 이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기숙으로 받았는데, 10년 후 이 아이들이 선택해야 할 세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그때 AI를 만나게 됐습니다.“
처음 AI를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을 때, 주변 반응은 냉담했다. "AI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오고, 2022년 말 챗GPT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가 10년 전 학교를 시작하면서 예상했던 바로 그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제가 학교를 시작하면서 10년 후를 예측했는데, 정말 비슷한 시기에 AI 시대가 왔습니다. 그러면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떻게 해야 할까—그 고민에 대한 답을 빨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조성철 목사는 AI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인간다움이라고 강조한다.
AI 시대의 책, 기술이 아닌 '인간다움'에 집중
챗GPT 등장 이후 AI 관련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은 AI 활용법이나 기술의 이해를 다룬다. 조 목사의 책은 그 흐름과 선명하게 구별된다. 그는 이 책의 차별점을 '인간다움'이라는 단어로 요약한다.
"인공지능이라는 말 자체의 목표가 '인간을 닮아가는 기계를 만들자'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우리 인간이 그 기계를 닮아가려는 현상 속에 놓여 있고, 그것과 경쟁하려 하고 있어요. 저는 AI를 잘 사용하는 방법보다,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정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 목사는 "진로는 정서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보다, 그 사람이 어떤 내면을 가지고 있는가가 먼저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AI 책들이 기술 활용과 직업 전망에 집중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이 책은 기술 서적이라기보다, 아이들의 정서와 마음을 다루는 책입니다.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직업을 가진 분들을 향해서 정서적 조율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썼습니다." 그의 말처럼, 책의 독자층은 자녀를 둔 부모만이 아니다. 출간 직후 받은 피드백은 이를 증명한다. 청년들이 "이 책은 청년들이 모두 읽어야 한다"고 문자를 보냈고, 손주를 키우는 조부모들이 책을 다 읽고 자녀에게 전달하는 일이 생겼다.
부모의 역할: 성적 관리자가 아닌 정서 조율사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부모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의다. 많은 부모가 자녀 교육을 '성적 관리 → 대학 입시 → 직업 선택'의 순서로 이해한다. 조 목사는 이 구도를 근본부터 뒤집는다.
"부모의 역할은 성적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서를 조율해 주는 사람입니다. 모든 진로는 그 존재로부터 시작됩니다. 직업을 통해 자기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것이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이었다면, 이제는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먼저 알고, 그것을 통해 사명을 찾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가는 순종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직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상담 현장에서 만난 청년 사례를 소개했다.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일이 하나님과 상관없는 것 같아서" 그만둬야 하는지 고민하는 청년이었다. 조 목사는 이를 이원론적 직업관의 문제로 진단했다.
"직업을 생계 수단으로만 보고, 예배와 신앙을 직업과 분리하는 이원론적 사고가 문제입니다. 삶의 현장이 바로 예배가 되어야 하고, 그것이 복음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목사이든 아니든,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이원론적 직업관을 가진 청년들이 생긴 원인은 어릴 때부터 받아온 부모의 교육과 학교 교육에 있다는 것이 조 목사의 분석이다. 이것이 그가 부모 교육을 향해 책을 쓴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를 안고 있어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 부모
조 목사는 현대 부모의 모습을 담은 인상적인 사례를 하나 제시했다. 상담 대기실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대신 화면을 응시하는 그 모습이 그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
"아이를 안고 있긴 한데, 아이와 눈을 맞추지 않는 거예요. 그 시간이 힘드니까 자기만의 눈맞춤을 하는 엄마의 모습—이게 현대 젊은 엄마들의 현실이었습니다. 영아부터 3세까지의 시기는 아이가 언어가 아니라 정서로 소통하는 시간입니다. 이 시기 부모와의 정서적 연결이 아이의 전 생애 진로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는 "아이의 진로는 부모의 눈빛에서, 부모의 언어에서, 부부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정서적 토대에서 시작된다"는 명제를 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성적은 지금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지만,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는 말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AI 시대의 진짜 역량: 성품·회복탄력성·자아존중감
조 목사는 책에서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으로 능력·지식·정보 활용 같은 기술적 요소보다 성품, 회복탄력성, 자아존중감을 꼽는다. 이 선택의 배경에는 신학적·심리학적·인문학적 분석이 녹아 있다.
"신학적 접근에서는 영성·지성·전문성을 강조하고, 심리학적 접근에서는 창조적 상상 능력·공감 능력·협동력·적응력을 꼽습니다. 거기에 자아존중감과 회복탄력성, 그릿(Grit), 문해력이 중요합니다. 이 모든 역량의 뿌리는 결국 하나입니다. 바로 공동체성 회복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는 AI 시대에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역설적이게도 AI가 발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과 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현실에서 출발한 통찰이다.
"AI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공감 능력, 협동력, 적응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자아존중감이에요. 내가 누구인지,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보시는지를 하나님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힘—이것이 자아존중감입니다.“
자아존중감은 회복탄력성과 직결된다. 회복탄력성의 핵심은 '자기 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힘이 바로 긍정성이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실패했다가 다시 도전하는 힘—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관계'다. 그리고 조 목사는 이 관계와 공동체성을 가장 잘 회복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교회를 지목한다.
"다음 세대에 대해서 교회가 AI를 쫓아갈 것이 아니라, 가장 인간다움, 가장 신앙의 본질을 향해 가다 보면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재와 대안의 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조성철 목사는 자녀를 예수님에게 내어드리는 과감한 결단을 요구한다.
불안한 부모에게: "아이를 예수님 손에 넘겨드리라"
AI 시대 앞에서 부모들의 불안은 극에 달해 있다. 이전 세대 부모들은 적어도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자녀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어 막막하다.
조 목사는 이 불안에 대해 책 표지에 담긴 그림을 통해 답을 전한다. 표지에는 거대한 AI의 파도를 서핑하는 어린아이와, 그 아이를 잡아주는 손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그 손이 부모의 손이 아니라 예수님의 손이다.
"서핑을 못 하는 사람에게 파도의 크기는 두려움의 크기입니다. 하지만 서핑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 파도의 크기는 즐거움의 크기가 됩니다. 더 큰 파도를 찾아가게 되죠. 그런데 부모들은 이 파도를 안 타봤습니다. 그러니 불안하죠. 그 불안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예수님께 넘겨드리면 어떨까요?“
그는 "내 자녀"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하나님의 자녀"라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을 만드신 하나님이 AI보다 인간을 더 잘 아신다는 것이다.
"AI가 인간을 닮아가고 있지만, 하나님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AI와 미래 시대를 가장 잘 아시는 예수님께 아이들을 맡기면, 그 불안으로 아이를 붙잡고 있는 손이 아니라, 아이를 예수님께 넘겨주는 손이 될 것입니다. 부모의 잔소리와 불안으로 아이를 붙들고 있다면, 그건 아이를 발전시키는 손이 아니라 아이를 묶어두는 손이 됩니다.“
마을을 잃어버린 시대, 교회가 공동체가 되어야
조 목사는 현 시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마을 공동체의 소멸'을 꼽는다. 이 주제는 AI와 청소년 문제, 교회의 역할을 관통하는 그의 핵심 키워드다.
"저희 세대까지만 해도 마을이 아이를 키웠습니다. 학교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교회가 아이를 키웠어요. 마을에는 어른도 있고 위아래 관계가 있어서 서로 돌보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가 어린이집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또래하고만 지냅니다.“
이 마을의 부재가 직장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그는 분석한다. 입사 2년 만에 퇴사하는 '잡포핑(Job Popping)' 현상의 이면에는, 위아래 관계를 맺어본 경험의 부재가 있다는 것이다. 마을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던 '수직·수평 관계의 사회성'을 익힐 공간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마을을 회복할 수 있을까. 조 목사의 답은 단호하다.
"교회입니다. 다른 단체는 마을을 회복해 줄 수 없습니다. 교회는 공간도 있고 세대가 함께 모입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마을 공동체의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곳이 교회입니다. 교회가 한 시간짜리 예배 공간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로 기능한다면, 그것이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대안이 됩니다."
한국 교회의 교세 감소와 위기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의 이 발언은 도전이자 희망의 메시지다.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지금, 교회가 기술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인간다운 공동체로 회복되는 것이 해법이라는 역설적 통찰이다.
게임 중독? 아이들이 마을을 찾아 들어간 것
7년간 300명의 게임 과학고 학생들을 돌본 조 목사는 게임 중독에 대해서도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다음 책의 주제이기도 한 이 주제에서 그는 기존 통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우리가 아이들이 '게임에 빠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리가 아이들의 놀이를 빼앗았기 때문에 새로운 놀이로 들어간 것입니다. 아이들은 공동체가 필요하고 마을이 필요했는데, 그 마을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게임 속의 마을을 찾아 들어간 것이에요. 우리가 이것을 오해했습니다.“
게임 속에는 실제로 '마을'의 요소가 있다. 팀원들과 협력하고, 역할을 나누고, 승리와 실패를 함께 겪는다. 아이들이 찾던 것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관계와 공동체였다는 분석이다.
그가 7년의 현장 경험을 통해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게 된 것은, 이후 대안학교 운영과 청소년 상담에 큰 자산이 됐다. 게임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게임의 구조와 아이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이 경험을 담은 다음 책—게임과 스마트폰, 청소년 문제를 다룬 책—도 현재 집필 중이다.
AI시대에 아이들이 잃어버린 마을공동체를 찾아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조성철 목사
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것들
AI 시대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 일론 머스크는 3~5년 안에 현재의 모든 직업에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조 목사는 이 예언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의 결론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느냐'에 있다.
그는 이미 이를 자신의 인생에서 경험했다. 37세에 미국 유학을 떠나 42세에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왔지만, 5년의 경력 단절로 갈 데가 없었다. 결국 찾아간 곳이 게임 과학고등학교였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7년을 보냈고, 그 경험이 쌓여 지금의 사역이 됐다.
"어떤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능력치입니다. 한 직업 딱 잡으면 평생 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한 사람이 인생을 마치기까지 다섯 개 이상의 직업을 바꾸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보다, 어떤 직업 속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잘 산다'의 기준도 그는 새롭게 정의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자기 혼자 먹고 살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 '무언가를 살리기 위한 직업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의사는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고, 변호사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직업이라는 원래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이 부분이 깨질 것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핫한 직업도 10년 후 현장에 들어갔을 때는 지금과는 다른 현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특정 직업을 찾아주는 것보다, 현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능력치를 키우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청년들이 직면한 또 다른 위기: 경력 단절의 덫
조 목사는 인터뷰 과정에서 현재 청년 세대가 처한 구조적 위기를 날카롭게 짚었다. AI의 등장으로 화이트칼라 직업이 먼저 흔들리고 있고, 경력직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반면, 정작 청년들이 경력을 쌓을 현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AI가 블루칼라 일자리를 먼저 빼앗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공장 자동화 같은 것들요. 그런데 실제로는 프로그래머, 회계 업무, 컴퓨터 기반 직업들이 먼저 흔들렸습니다. 기성세대는 이미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지만, 청년들은 경력을 쌓을 현장 자체를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현실에서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스스로 경력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대기업 입사를 위한 스펙 쌓기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자기만의 경력을 창출해낼 수 있는 근본적 역량이다. 이는 결국 그가 책 전체에서 강조하는 '정체성에 기반한 진로관'과 연결된다.
책의 활용: 체크리스트·소그룹 나눔·가족 대화
『AI 시대, 자녀 진로 어떻게 할까?』의 각 챕터 끝에는 부모를 위한 체크리스트와 소그룹 나눔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조 목사는 이 구성이 개인 독서를 넘어 공동체 안에서 활용되기를 바란다.
"체크리스트는 자신을 반성하라는 게 아니라, 방향성을 잡기 위한 도구입니다. 자녀 교육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입니다. 소그룹 나눔을 통해 서로 발전해 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미 한 대형 교회는 이 책을 교재로 활용해 12주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50대 이상 장년층을 위한 별도의 소그룹 교재도 현재 개발 중이다.
가장 인상적인 활용 사례 중 하나는 책을 읽은 부모가 자녀에게 선물하며 사과하는 경우다. 책을 읽고 나서 "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자녀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는 이야기들이 저자에게 전해졌다.
조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에서는 출간 직후 매일 15분 독서 프로그램에 이 책을 선정했다. 사순절 40일 동안 교인들이 함께 읽는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바쁜 부모들보다 오히려 손주를 어린이집에 보낸 할머니들이 이틀 만에 책을 다 읽었다는 피드백도 들어왔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쉬운 언어로 쓰려 했다는 저자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집필의 어려움: "내용보다 언어의 싸움"
책을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조 목사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하는 것은 신체적 고통이 아니라 '언어의 싸움'이었다.
"오랫동안 강의해 온 내용들이라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의에서는 제가 직접 설명하고 소통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독자가 저를 만나지 않고 글만 접합니다. 어떻게 하면 쉽게 읽힐까, 전문적인 용어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는 것—이 작업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이 노력의 결과로, 중학생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쉬운 문체 안에 깊이 있는 신학적·심리학적 통찰이 담긴 책이 탄생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정윤석 기자는 "글이 정말 쉽다. 중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수준인데, 담고 있는 내용은 이 세대에 꼭 필요한 깊이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향후 계획: 부모 교육 세미나·게임 중독 책·샬롬
조 목사는 앞으로의 사역 방향을 이 책의 연장선 위에서 구상하고 있다. 청소년 사역도 계속하지만, 초점을 부모 교육과 조부모 교육 쪽으로 더 맞출 계획이다.
전국 투어 세미나도 추진 중이다. 방송국 측에서 부모 교육 전국 투어를 함께 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현재 조율 중이다. 목회자이자 상담가이자 교육가이자 미래 연구가—이 모든 역할을 겸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강의는 차별화된 현장성을 가진다.
집필 계획도 풍성하다. 현재 준비 중인 다음 책은 세 방향이다. 첫째는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다룬 책이다. 7년간 300명의 게임 과학고 학생들과 함께한 현장 경험이 그 토대다. 둘째는 자녀를 다 키운 중년 부모들을 위한 책, '빈둥지 증후군'과 마음의 회복을 다룬 '샬롬'이다. 셋째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며 대화할 수 있는 52주 성품 학교 교재다.
"하나님께서 제게 다양한 현장과 경험을 주신 것은 이것을 사용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으면, 아이들의 진로도 흔들립니다. 부모 교육이 곧 자녀 교육입니다."
위기의 시대가 오히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는 조성철 목사
기자의 시각: 역설이 진실이 되는 시대
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조성철 목사의 '역설적 통찰'이었다. AI 시대를 다루는 책이지만 기술을 논하지 않는다. 직업과 진로를 다루지만 성적 관리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AI가 발달할수록 사람과 일하기 싫어 AI를 쓰게 되는 역설 속에서, 그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교회가 위기라고 말하는 시대에, 그는 오히려 교회가 AI 시대의 대안이라고 외친다. 마을이 사라진 자리에 교회가 마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 교회 감소를 탄식하는 목소리가 높을 때, 그는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면 오히려 이 시대의 가장 필요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변하는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들이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성품, 관계, 공동체, 하나님 앞에서의 정체성—조 목사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들은 모두 그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AI 파도가 무서운 부모들에게, 이 책은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기술이 아닌 신앙으로 알려준다.
조성철 목사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파도의 크기가 즐거움의 크기가 됩니다—서핑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요." AI 파도 앞에서 우리 부모들도, 교회도, 그 서핑을 배울 때다.
▶ 책 소개
■ 도서명: 『AI 시대, 자녀 진로 어떻게 할까?』
■ 저자: 조성철 목사 (한우리 기독학교 설립자, 대전 한사랑감리교회 담임)
■ 구성: 크리스천 부모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11가지 이야기
■ 특징: 각 챕터 말미에 부모 체크리스트·소그룹 나눔 질문 수록
■ 저자 소개: 미국 HIS 유니버시티 가정사역 박사, 전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사감(7년), 하누리 기독학교 설립·운영, 청소년·청년·가정 사역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