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은 작가, 사순절 특별기획전 '비워낸 나무, 손끝에 닿은 쉼' … 3월 24일~4월 4일 강남 JADE409
십자가는 무겁고 두려운 형틀이 아닌 사랑의 증거라고 고백하는 정지은 작가
■ 전시 일정 및 관람 안내
목공예 작가 정지은(45)의 2026 사순절 특별기획전 '비워낸 나무, 손끝에 닿은 쉼'(빌 2:5)이 오는 3월 24일(화)부터 4월 4일(토)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409, 문화공간 JADE409(지하 2층)에서 열린다. 지하철 2호선 및 수인분당선 선릉역 10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다.
관람 시간은 개관일인 3월 24일에는 오후 2시부터 7시까지(개회식 오전 11시)이며, 평일(월·화·목·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수요일과 주일은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운영된다.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5시에는 작가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0명 이상 단체는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화환과 화분은 정중히 사절한다. 주차는 유료이고, SUV 등 대형 차량은 주차가 어려워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한다. 예약 문의는 02-557-1063.
이번 전시에는 12년간 작업해온 80여 점의 작품 가운데 엄선된 4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비움', '닿음', '쉼'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최동욱 JADE409 대표(장로)는 “나무를 깎아내는 묵묵한 비움에서 시작해, 십자가를 바라보고 어루만지는 간절한 닿음을 지나 마침내 평강의 쉼에 이르는 여정을 담았다”며 “결과보다 예수님이 주신 사랑에 순종하며 준비한 작품들을 통해 마음에 잔잔한 울림과 쉼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12년의 손끝, 나무에 새긴 십자가의 이야기
정지은 작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금속공예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부터 나무 십자가 작업을 이어온 12년 차 목공예 작가다. 전공이 금속공예임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선택한 것은 단순한 재료의 선호가 아니었다.
“금속 십자가는 너무 차갑다. 나무로 만드는 것은 나무에 하나님의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서”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그가 만드는 십자가에는 언제나 나무의 따뜻한 질감이 살아 있다.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내어놓는 이 따뜻함이, 작가가 생각하는 예수님의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다.
십자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경기도 구리 예닮교회 고대경 담임목사와의 만남이었다. 작가는 “예수님을 더 깊이 알고 싶어 찾아온 저에게 목사님이 말씀으로 양육해 주셨고, 그 양육을 통해 예수님을 더 사랑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교회 개척의 동반자로 처음 나무의 따뜻한 질감을 알게 된 정 작가는 고대경 목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십자가를 처음 만들었다. 첫 작품이 바로 이번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인 '혈루증 여인'이다.
나무 조각 작업은 보기와 달리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매캐한 나무 분진, 무거운 목재, 날카로운 톱날의 위험이 도사리는 고된 노동이다. “예닮교회 가족들의 도움과 담임 목사님의 후원이 없었다면 홀로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첫 작품을 보고 기계를 후원하며 지금껏 작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운 고 목사와 교회 공동체. 그렇기에 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개인의 창작물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빚어진 믿음의 고백”이라고 강조한다.
'은혜를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사명
정 작가는 작업 5년 차 무렵 '하나님께서 왜 나에게 이 일을 허락하셨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저는 죄인이기 때문에 십자가를 만들어도 됩니까, 그 자격이 있는가를 항상 저에게 묻곤 했다”는 고백처럼, 그에게 이 작업은 단순한 예술 활동이 아니라 끊임없는 신앙의 씨름이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그에게 말씀으로 응답하셨다. “은혜를 기록하는 사람.” 그 말씀이 작가 정지은의 정체성이 되었다. “이 일이 교회를 통해 은혜의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게 이 이야기가 전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는 말한다. 다음 세대에게 건강한 교회 공동체의 이야기를,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십자가에 담아 남겨주는 것이 사명이 되었다.
작품의 영감은 주로 말씀 묵상과 주일예배 설교에서 얻는다. 큐티 중에 은혜를 받으면 그것을 노트에 스케치한 뒤 나무로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는 “기교를 덧붙이면 하나님의 의도와 멀어지는 것 같아, 최대한 스케치대로 조각하려 한다”고 밝혔다. 스케치 초안이 이미 상당량 쌓여 있어, 앞으로 작품화할 내용이 풍부하다. 한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주님과 나만의 이야기가 생겨 기쁘다는 그의 말에서, 창작이 곧 기도요 예배임을 느낄 수 있다.
주요 작품으로 보는 세 가지 테마
이번 전시는 세 가지 테마로 작품을 분류하여 구성된다. 첫 번째 테마 '비움'은 나무를 깎아내는 시간, 내려놓음의 자리를 상징한다. 작가는 이탈리아 카타콤을 여행하며 '내가 그리스도인으로 불려도 되는 것인가'를 깊이 묵상했고, 그 성찰이 작품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테마 '닿음'은 십자가 앞에서의 마주침, 간절한 손끝을 뜻한다. 세 번째 테마 '쉼'은 모든 지각에 뛰어난 평강, 흔들림 없는 쉼표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자 작가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혈루증 여인'이다.
“혈루증 여인의 간절함과 그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매우 크게 느껴져 만든 작품”이라고 정 작가는 설명한다. 이 십자가에서 한쪽 팔은 각지고 다른 팔은 둥글게 조각되어 있는데, 각진 팔은 주님의 공의를, 둥근 팔은 그분의 사랑을 상징한다.
“병을 넘어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관람객이 느꼈으면 한다”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어머니의 기도>
'어머니의 기도'는 고대경 목사의 유년 시절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난한 시골 교회 종탑과, 어린 아들을 향해 눈물로 새벽 제단을 쌓으셨던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이 십자가를 들고 여러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많은 목사들이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며 “이것이 곧 한국의 신앙이었노라”고 고백한다고 작가는 전한다. '쉼'이라는 제목의 작품 앞에서는 많은 관람객이 발걸음을 멈춘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향한 주님의 초대, 고단한 현대인들의 마음에 가장 깊이 닿는 작품이다.
십자가를 통해 전하는 예수님의 다양한 사랑
정 작가는 여러 차례의 전시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예수님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둬놓고 오해하고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랑의 예수님, 두렵고 떨리는 예수님, 전능하신 하나님, 인간의 몸으로 오신 예수님. 저마다 하나의 모습으로만 예수님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수님은 작고 작은 인간의 사고의 틀 안에 갇혀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기 위해 여러 가지 모습과 방법으로 나타내어 주신 분”이라고 강조한다.
“십자가는 무겁고 두려운 형틀이 아닌 사랑의 증거입니다. 한 영혼을 향한 사랑의 무게이자 가장 깊은 위로입니다.”
이것이 정지은 작가가 12년간 나무를 깎으며 전하고자 한 메시지다. 그의 작품 앞에서 신자와 비신자를 막론하고 발걸음을 멈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이번 전시 장소인 테헤란로는 서울에서 가장 분주하고 무한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작가는 “이곳이 누군가에게 예수님으로 인해 나를 사랑하시고 지키시길 원하신다는 것, 그분이 계신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 십자가>
<내가 주님을 가장 사랑하는 날>
<소경>
고대경 목사 “K-나무 십자가로 세계를 향해”
고대경 예닮교회 목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정지은 작가의 작품 세계와 향후 비전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앞에 수백 명이 줄지어 선 광경을 보며 “인생은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설교를 잘한들 수십 년 후에 들을 사람이 세상에 있겠는가. 하지만 예술 작품은 100년, 천 년이 지나도 수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구원의 복음을 작품으로 끌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크고 영원한 사역임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고 목사는 정 작가의 첫 스케치인 '혈루증 여인'을 보고 “평생 본 작품 중 가장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 목공예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후 나무와 기계를 직접 후원하며 작가가 생계 걱정 없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후원해왔다.
그는 “구원과 복음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끌어내는 정 작가의 작품이 국내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K-나무 십자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대형 작품 위주로 나아갈 계획이며, 작가가 평생 동안 구원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주제 아래 작품 활동을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은 작가는 “제 평생에 허락된 시간 안에서 은혜의 이야기를 쉼 없이 기록하고 남기겠다”고 말했다. 안산제일교회, 주안장로교회, 장로회신학대학교 등에서의 전시를 거쳐 이번 서울 강남 한복판의 기획전까지, 그 여정은 단순한 예술가의 발자취가 아닌 신앙 고백의 기록이다. 사순절 기간, 테헤란로의 분주함 속에서 나무 십자가를 통해 잠시 멈추고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